세민병원 이○숙 간호사의 이야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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병실 문을 열면 늘 마주하는 풍경이 있습니다. 희미한 소독약 냄새와 일정한 기계음, 그리고 세상보다 조금 더 더디게 흐르는 시간. 그 안에서 맞이하는 생일은 어쩌면 평범한 하루처럼 무심히 지나갈지도 모릅니다.
그래서 우리는 작은 케이크 하나를 준비했습니다. 촛불이 켜지는 순간, 어르신의 눈동자에는 아이 같은 설렘이 번졌습니다. 떨리는 손으로 불꽃을 응시하며 주변을 둘러보시는 그 미소에, 잠시 병원이라는 차가운 공간은 사라지고 '오늘의 주인공'만을 위한 작은 세상이 펼쳐졌습니다.
우리는 거창한 잔치를 열 수는 없지만, 얼어붙은 시간을 잠시나마 데워줄 촛불 하나는 켤 수 있습니다. 그 작은 불빛이 어르신의 마음에 "나는 여전히 축하받고 사랑받는 사람"이라는 따스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봅니다.
오늘, 병실 한쪽에서 누군가의 생일이 조용히 빛났습니다. 그리고 그 온기는 생각보다 오래도록 우리 곁에 머물렀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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