세민병원 하○민 간호사의 이야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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몇 년째 제 가방 한구석에는 꺼내지 못한 전도팔찌 하나가 있습니다.
그 팔찌를 볼 때마다 작년 낙상사고로 경추 손상을 입고 5병동 501호 창가 침상으로 전원 오신 방○○ 환자분이 떠오릅니다. 의식은 명료했지만 얼굴 아래 전신마비와 약한 자가호흡으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여 재활치료도 어려운 채 침상에서만 생활하셨습니다.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과 불안은 깊어졌고, "죽고 싶다"는 말을 반복하셨습니다. 잦은 호출로 '간호하기 어려운 환자'로 여겨지기도 했지만, 점점 야위어 가는 모습을 보며 저는 환자분을 가족처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. 이후 더 차분하게 대응하고, 호흡 곤란 시에는 가슴을 두드려 호흡을 돕고 가래를 빼내며 작은 손길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.
그런 정성 어린 신체적 간호에도 불구하고, 그분의 메마른 마음, "죽고 싶다"는 말 앞에서 저는 가장 중요한 위로를 전하지 못했습니다. 사실, 저는 그분을 위해 조그만 팔찌를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. 그것이 종교적인 상징이든, 단순한 행운의 의미든, 그분의 손목에 작지만 단단한 연결 고리를 채워드리고 싶었습니다. 그 차가운 손을 잡을 때, 제 진심이 전해지길 바랐습니다.
하지만, 저는 망설였습니다. "언제 주면 좋을까? 오늘? 내일? 종교적 위로를 먼저 드리는 게 맞지 않을까? 물건을 주는 게 너무 사적인 건 아닐까?" 수많은 '하면 어쩌나' 하는 생각에 가로막혀, 팔찌는 가방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고, 저는 차마 그것을 꺼내지 못했습니다.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, 환자분은 제가 휴무였던 날 임종을 맞이하셨습니다.
그 마지막 순간에도 아무것도 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지금까지도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. 가방 속 팔찌는 이제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, 제가 전하지 못한 마지막 온기의 상징입니다. 그때는 '하면 어쩌나' 했지만, 이제는 '하지 않으면 어쩌나' 하는 두려움이 더 큽니다.
앞으로 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겠습니다. 환자의 상황과 의사를 존중하면서도, 그분의 고통과 외로움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간호를 실천하겠습니다. 제 손에 쥐어진 작은 말 한마디와 손길, 그리고 전하지 못한 팔찌 하나처럼 마음을 담은 작은 물건이,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위로가 될 수 있음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.
다음에는, 망설이지 않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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